침샘이 찔린 듯하다. 즙이 줄줄 흐르는 과일, 복숭아를 베어 문 듯하다. 단어에 대한 허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한 입 베어 물 때 소매를 적시고 가슴팍을 찐득하니 적셔놓는 복숭아 즙처럼 단어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사유가 흘러내린다. 왜 신은 시인에게만 이런 한여름의 농익은 복숭아를 허락했을까.평범하게 쓰이는 단어들은 아니다. 적산온도, 주악, 삽수, 탕종, 파밍, 네온, 시드볼트, 페어리 서클 등등. 풀어놓은 45개 단어에서 단내가 진동한다. 쌉싸름한 커피 속에 깃든 다크초코 맛처럼 시인이 들춰낸 쓴맛의 단어들 속에서도 다크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