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식탁에 앉아 볼펜으로 정성스레 하루를 기록하는 아빠의 모습은 내게 익숙한 저녁의 풍경이었다. 오늘 날씨, 엄마의 건강 상태, 일어난 일들, 혹은 차에 넣은 기름의 양까지. 길지 않지만 하루 동안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 일지는, 그가 늙어갈수록, 내가 어른이 돼 갈수록 책장 속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매년 연말이 되면, 아빠와 나는 손을 잡고 문구점에 가서 다이어리를 구매하곤 했다. 매번 다른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고르는 나와 달리 아빠는 늘 ‘양지다이어리’를 고집하셨다.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아빠는 지난 해 일지의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