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연하장을 쓴다. 처음에는 스무 장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시작하지만, 쓰다 보면 한두 명씩 고마운 얼굴이 더 떠오른다. 한 장 한 장 늘리다 보면 어느새 스물다섯 장, 서른 장, 어느 해엔 마흔 장을 쓰기도 했다. 만년필에 원하는 색 잉크를 가득 채우고, 종이에 한자 한자 써내려가며 고마운 얼굴을 떠올리는 그 시간은 고생이 아니라 따뜻한 기쁨이 된다.나의 연하장은 십수 년째 야생화 사진작가 김정명 선생님의 작품으로 대신하고 있다. 작품집 사이에 직접 쓴 손편지를 넣어 보낸다. 매년 11월 초쯤 그의 작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