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전
살아있을 때 이렇게 네 사람이 차를 타고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복로타리를 지나 언양으로 가지 않고 부산방면으로 핸들을 돌렸다. K와 처음 만났던 울산대학교로 가기 위해서였다. 신복로타리에서 1킬로쯤 남쪽으로 내려가면 울산대학교 정문이었다. 방학 중이라 학교 안은 한산했다. 정문으로 들어가 본관 앞의 광장을 한 바퀴 돈 다음 도서관 건물을 지나 예전에 사회교육원이 있던 건물까지 갔다가 돌아 나왔다.교문을 빠져 나올 때 룸 밀러로 김동휘를 바라보니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저릿
경주에 사는 김은경 시인을 만나러 가는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 같이 가기가 좀 곤란하다고 했다. 물론 김동휘를 만난다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저녁에 외식이나 하러 나가자고 둘러댔다. 아내는 할 수 없다는 듯 동행을 포기했다.나는 약속장소인 태화강 대밭공원이 내다보이는 파스쿠지 커피숍으로 갔다.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커피숍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날씨는 제법 쌀쌀해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커피숍 간판이 보이기 시작하자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20년 전에 두 번 만났던 사
전화를 끊고 나서 김재성 노인의 기록을 다시 들추어 보았다. 분명 자신의 아내는 이름이 김순조이고 에리코란 여자를 백련정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들도 같이 갔었다고 적혀 있었다. 에리코란 여자에게 빠져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었다. 그런데 김재성 노인의 아내였던 김순조란 여인이 큰 집인 김인후의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 이유도 궁금했다. 정말로 일본인 순사와 바람을 피웠던 사실이 부끄러워 스스로 잠적을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아내가 차를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무슨 고민
두 사람 모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자연장을 치르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K가 남긴 유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절대로 흔적을 남기는 묘지나 비를 남기지 말 것과 화장 후 유골을 사막이 시작되었던 반구대 일원에 뿌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했다.반구대에서 사막을 만들어 낸 것은 K가 아니라 나였다. 그 사막을 몽땅 거두어간 것이 K였다. 그는 결국 사막을 가슴 속에 품고 몸부림치다가 사막에서 생을 마친 것이다. 나는 사막이 아주 잘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막에 대
K의 소식을 들은 건 전시회가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다. 소식을 전해 온 건 경주의 김은경 시인이었다. 먼저 김동휘의 글이 실린 문학잡지를 돌려주지도 못한 상태였다. 책을 돌려주기 위해 김은경 시인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와 대뜸 한 말은 K가 돌아왔다는 것이었다.처음에는 사막으로 갔던 K가 무사귀환을 한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나 K가 돌아온 것이 아니고 그의 유골이 돌아온 것이었다. 정말 돌아온 것은 그의 아내인 김동휘였다. 사막에서 죽은 K의 주검을 찾아냈던 것이다. K는 한 줌 재가 되어 그녀의 손에 들려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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