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리 나이로 일곱 살 때 비로소 한글을 배웠다. 처음 글을 배웠을 때의 기쁨과 재미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읽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교과서든 신문 낱장이든 만화든 뭐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일생 최초로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의 기억 역시 다락방에 혼자 엎드려 책을 읽던 때, 코끝을 간질이던 곰팡내와 문득 쏟아지던 여름 소나기, 들창 아래로 풀썩 올라오던 알싸한 흙먼지의 이미지로 뒤덮여 있다.“나는 전능한 존재가 됐다. 마침내 나도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