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표면에 바짝 귀를 대고 수련은 물의 소리를 듣고 있다연못이 얼음의 뼈를 허물 때 움푹 팬 상처 자리를 햇살이 핥아 주는 소리물의 무게를 견디며 물수세미가 자라는 소리몸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귀인 수련이 듣는 것은물 안쪽의 소리인지 물 밖의 소리인지그러니까 수련의 귀는 어느 쪽을
불은 정말 눈물을 흘리는 걸까남자는 눈물을 보기 위해 불을 피워 보았다고 한다허공의 불꽃에물음표를 남길 때움찔, 불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조립식 지붕 위에서 불붙은 용접 모자를 쓰고 바닥으로 떨어진 남자를 본 적이 있다쇠보다 더 오그라진, 화상으로 얼룩진 남자의 가슴허리를 또르르 말고 번데기보다 더 정확한 번데기의 자세로 누워있었다119 들것에 실려 새하얀 고치가 되어가고 있었다얼굴을 찡그리고화를 이마 주름에 새기고 있었다불이 울고 있었다남자의 갈비뼈에 불길이 번진다천년을 묵묵하게 서 있던 나무도나무 같은 남자도불을 만나
엄마가 물러앉아 팔을 가을 하늘만큼 벌리니 아이가 뛰어온다태초의 몰랑몰랑함이 웃으며 자꾸 떠오르듯 뛰어온다너는 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수초를 닮은 어린 물고기가 더 깊은 수심을 찾아가듯이어린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가듯이코스모스가 오솔길을 저 멀리 따라가듯이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아이가 막 첫발을 떼는 순간을 그린 밀레의 이란 그림이 생각나는 시다. 엄마는 아이의 뒤에 서서 조심히 어깨를 잡아주고 아빠는 어서 오라고 팔을 벌리고 있다. 아이도 아빠를 향해 팔을 뻗었다. 머뭇머뭇하다 마침내 아이가 한 발을
나는 몰래 집에 사는, 어린 딸아이가 바닷가에서 몰래 들고 와 어느 구석에 놓아둔, 그리고 곧장 잊어버린 돌멩이가 되었고 돌멩이가 둥근 배를 부풀리다 커다란 한숨을 쉬다가,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처럼 냉장고 구석 곰팡이 슨 사과처럼 유행 지난 철학서나 읽으니, 차고 아름다운 말만 고르며 온종일 앉아 있다 보니, 딸아이는 어느새 자라나 책상 옆에 지층처럼 쌓인 문예지 속에서 내 수줍은 얼굴을 찾아낸다.배고프지 않는 저녁, 나도 모르는 새 책상 위에 놓인 돌멩이들처럼 딸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써본다 천천히 썩고 닳아가는 세간 같은 이름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배롱나무를 본다백년 동안 뿌리 내릴 곳을 찾는다는 그늘을 본다시 한 구절이 작게, 굽은 등을 하고내 빈 종이를 들여다본다한 발로 서 있는 새가물에 빠진 바닥을 찍어 올리듯시 창작은 희로애락을 하염없이 써내려가는 일한여름에 활활 타올라 녹음에 불티가 날릴까 다시 돌아보게 되는,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을 너끈히 비웃어 주는 저 석 달 열흘 붉은 꽃.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보는 배롱나무는 오래오래 피는 배롱나무꽃처럼 오래된 인연과 관계를 말하는 것일 거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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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지키는 88세 의사 구자운
‘아파도 치료받기 힘든 시골 농민을 위해서 의사가 돼야겠다.’마도로스를 꿈꿨던 10살 소년이 새로운 꿈을 품은 건 한 순간이었다.일제강점기 곡식을 수탈당한 아버지는 들끓는 울분에 밤이면 위경련으로 앓아누웠다. 고통에 시름하는 아버지를 위해 한밤중에 멀리 마산에서 왕진 의사를 불러 온 게 몇 번이었던가. 온 동네 이웃들 돈을 빌려 왕진비를 지불하고 의사를 돌려보내던 길, 소년은 마음 먹었다. 내가 의사가 돼서 치료 한번 받기가 천릿길인 이 시골 마을 농민들을 치료하기로.그 결심을 지키는 건 고난의 연속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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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마흐, a16z 등서 투자 유치..."영지식증명 생성 마켓플레이스 되겠다"
유니버셜 증명 생성 레이어 개발사 퍼마흐가 앤드리슨 호로위츠 크립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펀드와 벤처 캐피털 렘니스캡 공동 주도 아래 520만달러 규모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고 더블록이 17일 보도했다.이번 투자에는 뱅크리스 벤처스, 롱해시 벤처스 등도 참여했다.퍼마흐는 영지식증명 생성을 위한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함으써 ZKP 관련 문제들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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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빠진 과학기술주권 청사진
최 윤 재 회장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국가전략기술 육성 계획, ‘농축산업 무관심 정부’ 민낯 투영 국가 미래 좌우할 과학기술 정책, 식량안보 전제돼야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과학기술주권 확보 계획 정기적으로 수립되는 과학기술정책은 해당 국가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보여주는 창이나 다름없다. 과학기술 역량이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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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트러스트 ③] SDP ≠ 제로 트러스트
제로 트러스트가 보안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제로 트러스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막연한 상황이다. 제로 트러스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기업·기관의 현실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 제로 트러스트에서 ID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다른 요소에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제로 트러스트는 단 하나의 기술이나 솔루션, 요소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다른 요소 기술에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CISA의 제로 트러스트 성숙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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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다문화가족 위한 한국 전통문화 체험 행사 개최
대구 달서구가 지난 12일 다문화가족 60여 명이 참여해 레크리에이션, 명절 음식 만들기와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는 ‘행복한 명절 보내기’ 행사를 가졌다.이번 행사는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 주관으로 계명대학교 한학촌에 다문화가족 60여 명이 참여해 진행했다. 참가 가족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차려입고, 명절 덕담, 달에게 소원빌기, 청사초롱 들고 야행, 강강술래 등을 통해 우리 문화와 정서를 느껴보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행사에 각 기관의 후원이 이어졌다. 대한노인학대예방협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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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영양플러스 대상자 '추석맞이 떡 만들기' 실시
칠곡군은 10~12일까지 영양플러스사업 대상자 중 34가구가 참여한 가운데 영양플러스 조리실습 ‘추석맞이 떡만들기’를 건강증진센터 및 북삼·석적보건지소 내 보건교육실에서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조리실습 집쿡플러스'영양교육으로 스스로 건강식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손쉬운 조리법을 배우는 내용으로 4월부터 9월까지 연 4회 실시하며, 9월에는 바람떡, 동물모양, 꽃모양 떡 등 추석맞이 떡만들기 내용으로 구성하여 아이와 함께 만들기도 하고, 각자 만든 떡을 가져가 추석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양플러스란 기준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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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재단, 코트디부아르 고위급 공무원 대상 연수 실시
새마을재단은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일대에서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2024 코트디부아르 새마을운동 고위급 과정’의 초청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과정에는 코트디부아르 농림부 장관 및 중간관리 공무원 16명이 참석해, 새마을운동을 통해 코트디부아르 농촌 개발과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연수의 주요 목표는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농촌 개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다. 참가자들은 새마을운동 이론 강의를 비롯해, 새마을운동테마공원 및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 농업기술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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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추석맞이 사랑의 온기나눔 릴레이 캠페인 추진
상주시와 상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 12일 상주시보건소 대강당에서 200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추석맞이 ‘사랑의 온기나눔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사랑의 온기나눔 릴레이는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는 온기나눔 범국민 캠페인을 경상북도의 실정에 맞게 기획한 것으로, 각종 재난·재해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국민을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는 나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경상북도 22개 시군에서 릴레이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상주시는 추석을 앞두고 경북자원봉사주간에 맞춰 16개 자원봉사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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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추석명절 물가안정 캠페인, 전통시장 소비촉진 장보기 진행
칠곡군은 지난 12일 추석 명절을 맞아 물가안정을 위한 캠페인과 전통시장 소비 촉진을 위한 장보기 행사를 왜관시장 일대에서 진행했다.이날 캠페인에는 김재욱 군수를 비롯한 공직자와 NH농협은행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여해 지역 상권의 활력을 높이고 소비 촉진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김재욱 칠곡군수는"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을 살리는 길은 우리들의 착한 소비에서 시작된다"며 지역상권의 애용을 당부하며 "물가안정과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한편 칠곡군은 명절을 맞이하여 지역내 소비진작을 위해 칠곡사랑상품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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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두 번째 재지정에 성공했다.이로써, 청송은 작지만 강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었다.베트남 카오방에서, 개최중인 제8회 아시아·태평양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총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집행이사회로 부터 재지정을 의미하는 ‘그린카드’를 부여받아, 2025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4년간 청송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다.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4년마다 재심사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현장 실사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