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호인세상 속 시린 낮을 징검다리 밟듯깨금발로 건너온 저녁두텁고 치밀한 목화솜 같은몽글몽글한 어둠 속에서밤이면 몰래몰래 스웨터를 떴지굵은 코바늘로 실뜨기한 십자무늬 속에감추어 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언어들포근한 이불 속에서도 따끔거렸지이불 한 자락 살며시 들치고찾아낸 대못 같은 가시,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눈 감고 가만히 던져버렸지이럴 때면어둠은 그저 봉오리 보듬은 꽃받침 같아서못 이기는 척, 남겨진 귀를 열듯아주 조금씩 문을 열어주고 말지어둠이 슬그머니 경계를 푸는 이런 밤이면명주실 같은 실금을 내며 다가온 언어로꽃받침 톡톡